[life] 오랜 기간. 나를 괴롭혀온 콤플렉스 중 하나.

남자들에게는 두 종류의 여자가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엘리자베스처럼 예쁘고 똑똑해서 데이트를 하고 싶은 여자, 좀더 심한 말로 잠자리를 하고 싶은 여자가 있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집에, 자신의 가슴에 품고 싶은 여자가 있다고 합니다. 보통은 후자는 남자의 성격, 스타일에 따라 다르지만 같이 지내기 편안하고 자신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여자를 찾는다고 합니다. 따라서 남자들에게 엘리자베스는 잠시 만나는 여자친구로서는 좋지만 깊은 관계를 원하는 대상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위의 글은. 가끔 들렸던 kristine님의 이글루 에서 부분 발췌한 것.

지금 생각해 보면. 쓸데없이 생각과 고민이 많았던 시절이라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몇 년전에는. 남자들이 나를 대할 때는 내 외모로 내 성품을 지레 판단하고 대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었다.
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불구하도.
담배 피죠? 라던가. 꽤 잘 노는 타입같은데요? 혹은. 이제까지 사귄 남자친구 굉장히 많았죠? 라는 말들을.
거리낌없이 들어왔기 때문이고. 아니라고 해 봤자 상대방이 별로 믿지도 않았으니까.

나 같이 생긴 외모의 여자는.
방에 틀어박혀 하루종일 책 읽는 걸 좋아하고. 음악을 들으면서 혹은 영화를 보며 울컥 해서 울거나.
다른 사람이 아무 의미없이 던진 말에도 상처받으면 안 되는 건가요.
순진하고 마음이 여린 게 본 모습인데도. -한 척 하고 있네. 라는 말을 들어도 되는 건가 싶어서.
참으로 많이 괴로워했던 시기였다.

오늘 kristine님의 글을 읽다 보니.
그 당시. 내 이미지는 확실히 그저 데이트. 혹은 잠자리를 하고 싶은 여자였을 게다.
(실제로 유혹의 손길을 던진 남자들도 꽤 있었고. 당시에는 그게 무슨 뜻이었는지조차 몰랐으면서
왠지 굉장히 기분이 나빠져서 집에 돌아와서 서글프게 운 기억도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섹시한 타입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것은 취향일 뿐이고.
실제로 대화를 해 보면. 개방적이기는커녕. 어딘지 모르게 맹해서 어찌보면 속기만 하고 살 타입이다.
어린 시절에는 책을 너무 좋아해서 밥도 먹지 않고 책에 빠져 있어서 부모님이 무척 걱정했고.
언제나 이상주의 혹은 허무주의. 냉소주의가 적당히 섞인 비현실적인 사고방식으로 무장되어 있는 사람이다.
(그 당시에 여과없이 쑤셔넣은 지식이 많아서 아는 것은 얼렁뚱땅 많지만.)

이런 나를 보고. 혹자는 학자타입. 이라고 했다.
융통성도 없고(그건 사실.) 처세에도 서투르고 눈치도 없기 때문인데다가.
뭔 감성은 그리 예민한지 툭하면 감정이 흘러 넘치니까. 혼자서 뭔가에 몰두하는 게 최선처럼 보였나.
내가 생각하기에는. 학자타입이라기보다는. 애 타입 같지만.

나참내.
실제로는 이렇게 엉뚱한 인간인데.
외모만 보고. 그런 대접을 받았으니 어찌나 억울했을지.
그러고 보니.
나는. 평생 나를 진심으로 대해주고 사랑해 줄 남자를 못 만날 것만 같아.
아무도 나의 본 모습을 진심으로 받아들여주지 않아. 라며 혼자 울었던 기억도 난다.

지금 남친도. 처음 나를 만났을 때는. 이런 건방지고 콧대높은. 이라고 생각했는데.
몇 번 만나고 보니. 황당하게 마음이 약하고 착해서 깜짝 놀랐다고.
지금은. 나와 함께 있으면 편하고. 애기같은 나를 평생 지켜주고 싶다고 하니.
역시. 인생은 오래 살고 볼 일인가 싶다.

by basic | 2008/01/15 14:08 | Essay_Culture | 트랙백(1)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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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Duchess Kris.. at 2008/01/23 19:39

제목 : Everything is not what is se..
[life] 오랜 기간. 나를 괴롭혀온 콤플렉스 중 하나. 제가 즐겨하는 말 중에 하나입니다. 때때로 사람들은 분류하고 나누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습니다. 우리는 어떤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에 대해서 그냥 분류를 해버리고 맙니다. 그런데 그 분류를 하는 카테고리를 정하고, 이에 대해서 믿고, 이에 대해서 다른 사람을 상처 입히는 것은 그 과정은 참으로 애매하고 한탄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제가 대학시절에 친하던 ......more

Commented by 주연 at 2008/01/15 16:41
아무래도 이목구비가 큼직큼직하게 생기신분들이 그런 오해를 많이 하죠.
사실상 그렇치 않은 애들이 더 잘 논다고 여자들은 아는데.
뭐.
다들 겉만 보고 하는 말들이니 말이에요.
그래도 좋은 사람 만났다니 다행이네요.
오랜만에 들어와 공감가는 글 읽어요.^^
Commented by basic at 2008/01/15 18:44
주연님/ 그러게요. 겉모습만 보고 하는 말들은 상처가 되기 쉬운 것 같아요. 좋은 사람은 한국에서도 만난 적이 없는데 여기에서 만났으니 신기할 따름이죠...
Commented by erasehead at 2008/01/15 22:26
저도 외모 컴플렉스가 참 심한 편이에요.
저는 뭐랄까? 전혀 여자같지 않은, 생김새와 성격 때문에(보여지는) 절대로 자고 싶다거나, 데이트나 해볼까 하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
그냥 편한 동성 같이 대해주는 바람에, 그게 참 억울하고 한편으론 절망적이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어쩔때는 너무 스스럼없이 대해서...
"참 너무들 한다, 그래도 난 여잔데..." 감춰둔 여린 마음에... 상처가 되고는 했었지요.^^

님과 저는 외모적으로 정 반대쪽에 놓인 사람들인데... 고민과 컴플렉스는 어딘가 모르게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결국은 님이나 저, 모두 겉모습으로 성격과 내면까지 재단되었다는 사실... 왠지 서글프지만...
그래도 님께는 님의 내면을 제대로 보듬어 주는 이성을 만났고,
저역시 무사히(?) 결혼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큰 위안이 되기도 하네요.^^
Commented by basic at 2008/01/16 09:52
erasehead님/ 아. 역시 외모 콤플렉스가 없는 사람은 없나봐요. 한국의 외모제일주의가 이런 콤플렉스를 더 부추겼는지도 모르겠지만;; 이 곳에서 가장 놀랐던 건. 아주 극단적인(?) 외모의 분들도 잘만 사랑하고 행복하게 지내더라는겁니다. 아무래도 내면과 성격을. 외모보다 중요시하는 것처럼 보여서 마음이 편해졌었지요. erasehead님처럼 저도 막판에는 큰 위안을 얻어야 할텐데요...
Commented by poll at 2008/01/18 23:22
ㅋㅋㅋ
'역시. 인생은 오래 살고 볼 일인가 싶다.' 말.. 공감해여 ㅡ.ㅡ



Commented by basic at 2008/01/19 03:57
poll님/ ^^ 그렇죠? 힘겹다 힘겹다 해도 어쩌면 이런 선물을 받을 수 있는 게 인생인 듯 해요.
Commented by poll at 2008/01/20 00:42
언니 정화에여;저도 여기에..이글루를 만들었어여.. ;;
Commented by basic at 2008/01/20 03:05
poll/ 아하. 그랬구나. 도무지 누구인지 감이 안 잡히더라구. 날 모르는 사람은 거의 안 오는 블로그인데 신기하다 싶었네. ^^;;;
Commented by kristine at 2008/01/23 18:07
하하하.... 원글저자 여기있습니다. 하하하 저의 오래된 불로그를 아직 기억하시는군요???그런데 저의 새로운 블로그도 링크하셨군요.워낙에 특이한 제목이라 눈에 확 들어오네요.. 일단 basic님 대단히 매력적인 외모를 가지고 계시다는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때때로 한국에서는 흔한 외모에대한 스테레오타입이 강하더라고요. 제가 대학시절 알던 언니는 전혀 아닌데 사람들이 나이트나 그런데 잘 가는 스타일아니냐고 물어서 속상해하더라고요... 자기는 한번도 안가봤다고 하면서....

저는 베이직님 처럼 매력적인 외모를 가지지 않았어요. 예쁘지도 못생기지도 않았어요. 더더군다나 매력적이지도 섹시하지도 않고요.... 솔직히 제 외모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어찌 평가하는지 모르겠어요. 외모보다는 어떤 charater라던지 taste라던지, demeanor등을 발전시킬려고 애를 쓰는 편이에요.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풍의 여성을 아주 가끔 만나면 부럽기는 합니다.
Commented by basic at 2008/01/24 03:14
kristine님/ 앗. 예전 블로그 좋아했었는데 얼마전 가 보니까 다른 블로그를 개설하셨더라구요. :) 그래서 잽싸게 링크. (아. 이런 건 신고했어야 했나요;) 캬. 제 외모에 대한 칭찬 감사드려요. 하지만 어쨌거나 한국 남자들에게는 애매한(--;) 취급을 당하죠. 저는 얼마전에서야 나이트에서 이뤄지는 부킹에 대해서 알게 된 사람인데 말이에요. 외모보다 내면을 발전시키는 게 훨씬 행복하고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대로 실천하기에는 주변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참 어려운 일이죠. kritine님은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잘 알고 또 그에 따라 열심히 살아가시는 것 같아서 참 보기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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